요즘 나는 고요하다.

고요하고 적막 속에 있다. 약간의 즐거움과 슬픔을 느끼고 때로 불행하기도하고 행복하기도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본다. 재미있는 것도 있고 별로인 것도 있다. 그냥 그것들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느낀다.

 

현재에 충실하려고 한다.

한때 거창한 것들을 해내고자 들떠있던 때가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열망하고 해내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고 슬펐다. 그런 열망을 가지는 내 모습이 부끄럽지는 않지만 부지런히 수행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무너져버리기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현재에 조금 더 집중하기로 했다. 미래의 내 모습을 스스로 규정짓고 그리지 않기로 했다. 나의 현재가 미래를 만들겠지.

그래서 나는 고요해졌다. 고요하고 적막한 이 방 안의 내가 좋다.

 

많이 힘들었다. 큰 상실은 나를 잃게 했다.

마음과 목표를 잃고 망망대해에 노를 잃은 배처럼 흘러갔다. 온갖 생각들이 내 머리 속을 휘젓고 섞여갔다. 누군가는 나에게 힘든 것들을 글로 적어보라고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쓰려고하면 심장과 명치 사이 어딘가가 많이 아렸다. 생각은 머리 속에서 이리저리 휘몰아쳤지만 휘발되어버리고 다시 또 새로운 생각이 들어찼다. 되돌리고 싶기도하지만 아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을 것 이다.

 

그래서 눈 앞에 놓인 것들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나보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고, 갈구하지만 제어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나의 큰 마음들이 아직은 나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어서. 아직은 나를 위로하고 사랑하는 일부터 할 수 밖에 없는가보다.

 

불완전했던 나, 그리고 주변에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했던 것들. 하지만 행복한 한때의 우리. 앞으로 나는 나를 찾고, 내가 미안했던 사람들은 그냥 행복하면 좋겠다는 마음. 나는 다시 고요 안에서 현재에 충실하며 진실된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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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거창하지만 편도 수술을 한지 두 달되었다는 소리다.

그정도로 나에게 편도선염은 큰 시련이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걸림돌이었다.

수술을 위해 상담할 때마다 의학적으로 간단한 수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멀쩡히 붙어있는 생살을 잘라내는 수술과 그 이후 회복 과정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앞으로의 작은 고통들을 없애기 위해 짧은 기간이지만 아주 극심한 고통을 이겨내어야하는 수술을 결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나름 최근의 나의 삶에서 큰 이벤트로 결심해서 잘 해낸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덧 수술 한지 두 달이 되고나니 아주 과거의 일이 된것만 같은 느낌이다. 어느새 희미하게 수술의 고통과 주변에서 나를 많이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만 남아있다.

지금은 날때부터 편도가 없던 사람인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 수술이 아주 성공적이었다는 반증인 것 같다.

두 달 전 수술까지 전신 마취라는 말에 두렵고 꽤 도전이 되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그때의 기억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신기하다. 인간의 망각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다.

아무튼 요즘 나는 편도선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매우 행복하다. 주변에서 나의 안부를 묻다보면 어느새 나는 이 수술에 대해 찬양하는 홍보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편도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더러 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선, 후천적 불리함이 있고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이 있을텐데, 하나씩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것들은 매우 개인적이기 때문에 내가 이것을 해결한다고 해도 주변에서는 잘 모를 수 있다. 그런데 스스로는 매우 크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

수술을 하고난 지금 나는 최소한 신체적으로는 매우 행복하다.

 

편도선 수술 2달 후

  • 편도가 있던 자리가 주변 다른 살들과 거의 같은 표면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다.
  • 당연히 통증은 없다.
  • 스트레스나 신체적 피로도가 올라가는 경우에 편도선염에 대한 걱정이 사라져 심리적 스트레스가 매우 적다. 실제로 편도선염에 아직 한번도 걸리지는 않았다.
  • 코감기 2번 정도를 걸렸다. 그중 1번은 조금 심한 감기였는데 코감기 2번 모두 약국 약으로 해결했다. 작년 같았으면 편도선염이 동반되어 몸살 기운이 매우 심했을 것이다. 당연히 병원을 갔을 것이고 항생제까지 먹었을 확률이 높다...
  • 이전에는 편도선 부위의 청결에 대한 약간의 강박이 있었다. 지금은 그러한 강박이 사라졌고 실제로 입 안이 청결하다고 느껴진다.
  • 편도선 수술한지 1달 정도 되었을때까지 물이나 입안의 침에 사레를 자주 들렸다. 나의 생각이지만.. 아마 기존에 액체를 삼키는 근육의 동작은 그대로인데 있던 편도선이 사라지니 장애물 하나가 사라져 몸이 적응을 못하는게 아닌가 싶다. 2달이 갓 지난 지금은 빈도가 많이 떨어져서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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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됐다.

한 해를 잘 마무리했고, 새해가 오기 전에 어떤 건 막연하게 또 다른 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유튜브에 잠깐 검색해보니 새해에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다양한 조언과 방법을 설명하는 영상들이 많았다.

예전에는 이런 영상들을 꽤 열심히 본적이 있는데, 요즘에는 잘 안보게된다.

어차피 나의 현재 시점에 앞으로 내가 해야할 것은 깊게 회고하고 미래를 그리는 나의 머리에서 나온 내용이 중요한 것 같다. 열심히 달려오느라 돌아보지 못한 스스로를 잘 관찰하는게 중요해보인다.

항상 계획을 세워도 다 실천하지 못해왔다. 되려 계획한 건 실패하고 생각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성취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중요한 건 새해에 변화하고자 했던 것이 있다면 변화할 수 있도록 의지를 갖고 밀어부치는게 꽤 중요한 것 같다. 관성적으로 원래 가진 성향대로 자꾸 돌아가게 되는데, 새해가 된지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내 속에서 그런 관성이 꿈틀 거리는 걸 느꼈다.

이걸 어느 정도 의지로 꺾어내고 변화를 위한 습관을 들여 새로운 관성을 만들어내는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새해에는 좀 제발 변해보고자 이런 글을 쓰고 있는가보다 싶다.

 

편도선 수술 2주 후

  • 수술 2주가 딱 되는 날 병원에 내원해 수술 하신 의사 분께 진료를 받음. 85퍼센트 정도 수술 상처가 아물었다는 진단과 함께 격한 운동(혈압이 오르는)과 음주는 일주일 뒤부터 하고 이외에 뜨겁거나 매운 식사(그래도 거친 표면을 가진 음식은 피할 것)는 모두 가능하게 되었다.
  • 진료 받고 나와서 바로 돈까스를 먹었다. 거친 표면의 음식을 피하라고 하셨지만 완전히 까먹고 식당에서 주문해 먹었는데, 아무렇지 않았다. 잘 씹어서 넘기면 괜찮은 것 같다.
  • 수술 부위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하얗게 곱이라고하는 막이 쌓인 부분이 남아있긴 하다. 침을 삼킬때 여전히 약한 통증이 있지만, 생활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목 안쪽 깊은 곳에 있는 상처 부위의 통증이 가장 심한 것 같다. 
  • 통증이 거의 없으니 진통제는 복용하지 않는다.
  • 거의 웬만한 생활에 문제가 없다. 다만, 몸이 나아지니 생활 습관이 좀 안좋아지고있는데 마지막까지 완벽한 회복을 위해 조심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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